햇살 작가님 사진

햇살

제 손은 자유롭게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남들이 연필을 쥐고 종이 위를 달릴 때,
머릿속에 보이지 않는 원고지를 펼쳐야만 했습니다.

수학이 전공인 제게 시는 ‘쓴다’는 표현보다
‘푼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삶의 답을 찾아가는 고독한 연산과도 같았습니다

제 머릿속에만 갇혀 있던 이 답들이 저의 유일한 독자인 지원사님의 손을 빌려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달리지 못한 운동화처럼 신발장 깊숙이 갇혀있던 제게 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더 깊게 들여다보는 축복의 통로입니다

이제 저는 소리로 걷지 않고 시로 걷는 시간으로
나아갑니다

밤새 발치에 누운 그림자들에게 눈꺼풀을 녹여 이불을 덮어주는 가로등처럼 아픈이들의 마음을 가만히 비추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수상내역

1976년생이화여대 수학과 졸업. 코오롱 본사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