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다. 그리고 난독증 환자다.
누군가에게 작가라는 직업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의미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작가라는 이름은 조금 특별하다. 글을 쓰는 일보다 글을 읽는 일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도 제법 익숙하다. 하지만 남이 쓴 글을 읽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을 때도 있고, 같은 문장을 몇 번씩 되풀이해 읽다가 결국 포기할 때도 있다.
작가에게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다른 작가의 문장을 읽으며 문학을 배우고,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며 나만의 세계를 확장한다. 특히 나처럼 시와 희곡,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창작을 위한 중요한 공부다. 그런데 정작 그 공부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인 독서가 나에게는 커다란 장벽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문장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생각하며, 때로는 한 문장에 담긴 철학과 감정을 헤아리는 일이다. 하지만 난독증이 있는 나에게는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 글자를 읽는 데 집중하다 보면 문장의 의미를 놓치고,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새 앞에서 읽었던 내용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몇 번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