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톳빛 대지 위에 선명한 붉은 점을 찍는 가을이여,
여름내 푸르던 생(生)의 빛깔들이,
어느새 온통 따스한 황토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저 멀리 선 산등성이, 굽이치는 황톳빛 흐름 속에,
단풍의 핏빛 점들을 콕콕 찍어 내려,
절정의 색채감을 겹겹이 덧입히는구나.
바스락거리며 밟고 지나는 이 길마저,
황토의 갈증과 붉은 열정의 잔해로 뒤덮여,
한 폭의 거대한 융단이 되어 흐른다.
무심한 나의 회색 바바리코트마저,
기어이 가을의 진한 채도(彩度)에 물들고 마는구나.
나 또한 계절의 붓끝에서 지워지지 않는 붉은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