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이주한
시간이 참 많이 흘렀지만, 그곳의 냄새와 소리는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어린 시절의 웃음과 발자국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북수동, 내 마음의 고향.
북수동은 화성행궁이 자리한 동네로, 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 안에 있다.
어릴 땐, 4대문을 북문, 남문, 서문, 동문이라 불렀다.
부서진 성곽에서 동네 아이들과 전쟁놀이를 하며 하루해가 짧은 줄 몰랐고, 저녁이 되면 들려오던 엄마의 목소리. “밥 먹으라!” 그 한마디가 어린 나의 하루를 끝내주는 종소리 같았다.
냇가도 잊을 수 없다. 광교산에서 흘러 화홍문을 지나 내려오던 물에 송사리와 버들치를 잡으며 놀았다. 여름엔 헤엄을 치고, 겨울엔 썰매를 탔다.
어느 해, 여름에 장마 후 깊어진 물을 모르고 들어갔다가 숨이 막히도록 빠졌던 일도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물놀이를 무서워했다.
냇가에는 빨래하는 아낙네들, 양잿물 냄새, 그리고 웃음소리가 늘 섞여 있었다.
그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동네 한가운데 경기도에서 가장 큰 소 장터가 있었다.
장날이면 한쪽에는 천막을 치고 국밥을 파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 그리고 먼 지방에서 소를 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