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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울어도 괜찮았을 계절

조금 더 울어도 괜찮았을 계절

  계절의 이음새는 늘 야박하리만치 무심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집 밖을 나서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더위에 헛웃음을 삼키며 "이러다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에어컨 바람 아래를 조금만 벗어나도 온몸에 땀이 흘러내리고,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거대한 폭염과 싸우는 일 같았다. 그러나 불과 하루 사이, 새벽녘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제법 서늘해졌음을 느꼈을 때 느껴진 건 안도감보다는 이상한 허탈함이었다. 평소였으면 이 정도의 온도조차 덥다며 불평을 늘어놓았을 텐데, 지독했던 더위를 겪고 난 직후라 그런지 이 미지근한 서늘함마저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참 웃긴 일이다. 날씨가 변한 게 아니라 내 몸이 그 지독했던 열기에 적응해 버린 것이었다. 한계치까지 몰렸던 감각의 기준선이 올라간 탓에, 조금만 덜 뜨거워져도 살 것 같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인간의 적응 능력이란 이토록 대단하고도 쓸쓸하다.

  문득 이 간사한 적응력이 이별의 궤적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끝난 직후의 밤들은 거대한 폭염과도 같았다. 세상의 모든 온도가 나를 태워버릴 것처럼 뜨거웠고, 숨을 들이쉬는 매 순간 가슴 깊은 곳이 타들어 가는 통증이 느껴졌다. 이렇게 아픈데 정말 살아서 다음 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무너질 것만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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