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초원으로 덮인 곳,
푸른 들풀들이 바람에 몸을 맡겨 일제히 물결치는 곳.
아득한 지평선의 초록도, 발끝에서 넘실대는 풀잎도,
변치 않고 바람과 시간을 받아내며,
내 앞에서 잔잔히 유영하고 있네.
나는 홀로 그 거대한 흐름 앞에 서서,
물결치는 풀들의 시대를 무심히 가로지른 채,
바람도 침범하지 못하고,
파도조차 일지 않는 나만의 중심에서,
세차게 휩쓸려 가는 세상의 부서진 흔적들을 기록하며,
이 자리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서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