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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늘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유난히 햇살이 부드럽던 어느 해 이른 봄날이었다. 거실 깊숙한 곳까지 경계도 없이 스며드는 보드라운 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까닭 없이 간지러워졌다. 바깥세상은 온통 초록의 숨결과 분홍빛 꽃망울로 일렁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계절이 바뀌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창문 틈으로 밀려들 때, 문득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생각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이번 아버지 환갑에는, 우리도 어디론가 함께 떠나보면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 생각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이내 아스라하게 흩어지고 말았다. 우리 집의 시간표에서 ‘떠남’ 혹은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쉽게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미완의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주말마다 찾아오는 평범한 일상이, 우리 가족에게는 수많은 다짐과 과정을 거쳐야만 겨우 만져볼 수 있는 신기루 같았다.

“여보, 올해 당신 생신은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어디 가고 싶은 데 없어요? 멀지 않아도 좋으니 바람이라도 쐬고 와요.”

저녁 밥상 머리, 어머니가 짐짓 가벼운 톤으로 건넨 말에 아버지는 잠시 수저를 멈추셨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쳐다보시는가 싶더니, 이내 아무런 대꾸도 없이 다시 묵묵히 식사를 이어가셨다. 수저와 그릇이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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