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제목 : 함께 떠난 가장 소중한 여행 성 명 : 김익진 봄은 늘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유난히 햇살이 부드럽던 어느 날, 창가로 스며드는 빛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이번 아버지 환갑만큼은 어디론가 함께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 머물지 못했다. 우리 집에서 '떠남'이라는 말은 언제나 쉽게 현실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보, 당신 생신인데 어디 가고 싶은 데 없어요?" 식탁에서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아버지는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밥 먹고 생각해 보자. 그냥 집에서 쉬는 게 좋다." 그 한마디에는 익숙한 체념과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늘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 몇 번의 짧은 여행 이후, 가족이 함께 떠나는 일은 어느새 계획이 아니라 미뤄 둔 일이 되어 버렸다. 장애가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 앞섰고, 즐거움보다 책임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혹시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집을 벗어나는 일을 망설이게 되었다.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생신인데 오늘 오후에 수원 화성이라도 다녀오실래요?"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수원 화성? 익진이가 가고 싶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