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새벽은 질서 정연하다. 나는 2시 15분에 유제품 코너를 정리한다. 우유팩의 로고가 모두 정면을 향하도록 돌려놓는다. 3시에는 컵라면의 비닐을 확인하고, 3시 30분에는 음료 냉장고의 빈자리를 채운다.
사람들은 묻는다. 매일 똑같은 일이 지겹지 않으냐고. 그들은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갑자기 튀어나오는 말들, 약속되지 않은 표정들, 무질서하게 섞이는 냄새들은 나를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삼각김밥은 세 줄로 서 있고, 바코드는 정확한 숫자를 가지고 있으며, 냉장고의 모터 소리는 일정한 박자로 윙윙거린다.
나는 캔 음료를 종류별로 줄 세운다. 손끝에 닿는 알루미늄의 차가운 감촉과 딱 맞아떨어지는 간격이 내게 안정감을 준다. 선반의 끝과 물건의 끝을 일치시킬 때, 내 안의 불안도 가지런히 정리된다.
누군가에게 반복은 지루함이겠지만, 나에게 반복은 안전한 집이다. 내일도, 모레도 이 물건들은 제자리에 있을 것이다. 내가 정해진 시간에 이곳에 오는 한, 나의 세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형광등 불빛 아래 완벽하게 정렬된 매대를 바라본다. 흐트러짐 없는 풍경 속에서 나는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