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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이 번진 종이 위에 피는 꽃



하얀 종이 위에는

오직 사랑만 고이 접어두고

행복의 붉은 잉크와

감동의 푸른 물결만 채우고 싶었다.

 

그러나 근대 국가의 거친 바람과 현실이 무거운 먹물을 들고 와

맑던 잉크병을 사정없이 뒤흔들고

순백의 세상 위로 검은 눈물을 뿌려버렸다.

 

스며드는 슬픔은 막을 길이 없어

마음속 투명했던 유리 정원은

어느새 검고 탁한 통곡으로 가득 차고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예쁜 글자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사방이 막힌 지하의 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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