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의 한강은 물비린내와 습기, 그리고 희미한 회색빛으로만 존재한다. 나는 전동휠체어의 레버를 끝까지 밀지 않는다. 평소라면 신호등의 초록 불이 깜빡일 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늘 최고 속도로 달려야 했다. 세상의 속도에 뒤쳐지지 않으려 바퀴를 굴리는 일은 생존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다르다.
자전거 도로 위에는 나를 추월해가는 라이더도, 비켜달라며 경적을 울리는 배달 오토바이도 없다. 나는 강물과 가장 가까운 난간 옆에 휠체어를 세운다. 전원을 끈다. 웅웅거리던 모터 소리가 멎자 비로소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은 휠체어를 탄 나를 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이야기하곤 했다. 기술의 발전이 내게 다리를 주었다고 했다. 틀렸다. 진정한 자유는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멈출 수 있는 권리였다.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르지만 나는 바위처럼 정지해 있다. 타이어가 지면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는 감각이 등뼈를 타고 올라온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은 순간, 나는 비로소 온전해진다. 강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고 지나간다. 나는 다시 전원을 켤 때까지, 이 완벽한 정지를 조금 더 누리기로 한다. 세상이 깨어나기 전, 오롯이 나만이 누리는 멈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