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밤, 오래된 산길을 따라 두 아이가 걸었다.
남매였다. 오빠 루안은 열세 살, 여동생 리엘은 아홉 살.
그들은 불타버린 마을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생존자들이었다.
“오빠, 저기 불빛이 보여.”
리엘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어스름 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등불 하나가 있었다.
하지만 루안은 고개를 저었다.
“숲속 요정의 불일 수도 있어. 함부로 가까이 가면 안 돼.”
어릴 적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길을 잃은 자를 유혹하는 불빛.
따라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발은 이미 한계였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허기와 추위가 아이들의 마음을 잠식했다.
리엘은 결국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데... 우리 이제 어디로 가야 해?”
그때였다.
멀리서 낮고 고요한 목소리가 들렸다.
“길을 잃었구나, 아이들아.”
그들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그곳엔 인간의 형체를 닮은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황금빛 눈을 가진, 검은 망토의 인물.
손에는 빛나는 수정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너희는 길을 잃은 게 아니란다.”
그가 말했다.
“다만, 세상이 너희를 버린 것뿐이지.”
그 말에 루안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거짓말이에요! 우리는... 다시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남자의 입가엔 미묘한 미소가 스쳤다.
“그렇다면 보여주지. 돌아갈 길을.”
그 순간, 그의 지팡이 끝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앞의 숲이 일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