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신 살 목전에서 두 눈의 빛을 잃었다. 더러는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말미암아 굴절된 삶을 살아가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런 뜬금없는 불행이 나를 피해 가질 않았다.
"최 부장? 내년부터 서울지사 낸다는 사실은 벌써 알고 있지요?" 종이컵 커피를 한 모금 넘기자 사장님께서 짐작하던 말문을 여셨다.
"예, 사장님."
"음! 그래서 말인데 최 부장이 서울지사를 맡아 시장 개척을 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기대에 꼭 부응하도록 그간보다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호사다마의 전조였던가. 그 무렵, 몸 좌측 편으로 무력감을 동반한 전기 신호에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다. 간헐적으로 좌측 팔에서 손끝으로 허벅지에서 발끝으로 찌릿찌릿 빠르게 흘렀다. 병원에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쉬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2009년 4/4분기가 그렇게 유난히 정신 못 차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11월 말에 접어들자 내 몸에 흐르던 전기 신호가 승압공사라도 했나 보다. 일정 헐거운 하루가 생겨 월차를 내고 그간 미루던 병원을 찾아가 MRI를 촬영하였다.
"서둘러 큰 병원으로 가도록 하세요."
생경한 두개골 사진을 형광등 벽에 걸어두고 늙수그레한 방사선과 의사 선생님께서 설명을 하다 말고 잠시 뜸을 들이셨다.
"왜요? 뭐가 크게 잘못되었단 말씀인가요?" 잔뜩 주눅이 든 내 목소리로 짧은 공백을 메꿨다.
"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