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야, 내가 누구야?”
“아빠.”
“연우야, 다시 생각해봐. 내가 누구지?”
“선생님.”
질문을 몇 번 반복했지만, 딸 연우는 끝내 ‘엄마’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나의 눈치를
본다. “엄마잖아, 엄마.”
40개월 무렵까지 연우는 나를 엄마라고 틀림없이 잘 불렀다. 그런데 퇴행이
시작되고부터는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다. 아니, 나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부르지
않았다. 요구사항이 있을 때도 그저 허공만 보고 얘기했다. 내가 부엌에서 일하고 있으면
거실에서 개미만한 목소리로 “응가 더 할 거야.”(당시 ‘화장실 가고 싶어요.’를 항상 이렇게
표현했음)라고 얘기하곤 했다. 일단, 사람에게 가까이 와서 호칭을 부르는 것부터 연습시켰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가까이 다가와서 내 말을 따라 하게 하는 것을 반복했다. 수백 번 연습시켰더니 어느 날부터
인가 나에게 다가와 얘기하기 시작했다. 자폐아를 양육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자폐아에게는 태산 같은 과제일 때가 많다. 그
과제를 수백, 수천 번 연습을 통해서 해냈을 때 그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요구를 말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야말로 온 우주를 얻은 듯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아이는 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