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고인 하얀 노트위에
까만 글자 씨앗들을 점점이 뿌려 봅니다.
사방으로 흩어져 길을 잃은 글자들을
하나둘 정성껏 주워 담아
문장과 문장의 틈새마다 소중히 끼워 넣습니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낯선 나열 위엔
새로운 언어의 빛깔을 덧입혀 정성껏 채우고
읽고 고치는 고단한 손길을 수천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글자들은 스스로 깨어나 무궁무진한 서사가 됩니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의 바다 위에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글의 키를 키워 올립니다.
한 자루 펜 끝에서 시작된 이 고요한 노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