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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키우기 (제 36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응모작

 

 

침묵이 고인 하얀 노트위에

까만 글자 씨앗들을 점점이 뿌려 봅니다.

 

사방으로 흩어져 길을 잃은 글자들을

하나둘 정성껏 주워 담아

문장과 문장의 틈새마다 소중히 끼워 넣습니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낯선 나열 위엔

새로운 언어의 빛깔을 덧입혀 정성껏 채우고

읽고 고치는 고단한 손길을 수천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글자들은 스스로 깨어나 무궁무진한 서사가 됩니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의 바다 위에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글의 키를 키워 올립니다.

 

한 자루 펜 끝에서 시작된 이 고요한 노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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