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인 줄로만 믿었고,
마땅히 바보여야만 하는 줄 알았기에,
세상이 정해준 바보의 배역(配役)을 충실히 살아내었다.
반백 년 굽이진 길을 돌아와 서니,
바보인 줄 믿었던 내가,
바보로 길들여졌던 내가,
바보의 문법으로 침묵하던 내가,
결코 바보가 아니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내 손으로 빚어온 시행착오의 조각들이,
'착각'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결말이 되어,
나의 현 생애를 이토록 뒤흔들 줄이야.
그 눈부신 젊은 날엔 왜 미처 몰랐던가,
그때의 나에겐 정녕,